교장 일기(2026~)

2026년 3월 22일

멋지다! 김샘! 2026. 3. 22. 10:07

지난, 3월 20일 금요일에 학교교육과정 설명회 및 학부모회 총회를 했다. 우리 학교에 어울리게 교직원들이 준비를 알뜰하게 해 주셔서 잘 마쳤다. 다음은 나의 인사말이다. 인사말을 하기 전에, 학부모님들에게, 무엇을 적어와서 읽는 것보다 평소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말하는 걸 좋아하는 데 학부모님들과의 첫 만남에서 그렇게 하면 성의 없어할까 봐서 적어왔다며 태블릿에 저장된 인사말을 시작했다. 읽는 중에 평소의 내 생각이 첨가되었고 적어 온 내용이 생략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잘 전달했다.

안녕하십니까?
지리산 천왕봉의 웅장한 정기를 품고우리 학생들이 저마다의 빛깔로 영글어가는 마천초등학교 교장 김상백입니다.
오늘은 춘분입니다낮과 밤이 같은 날입니다어떤 이는 공평한 날이라고 하더군요저는 그런 의미보다봄의 빛깔과 소리를 보고 듣는 날이라고 여깁니다.
엊그제부터 산개구리들의 울음이 요란하고 물가의 버들이 잎을 뾰족하게 내밀던데이런 좋은 날에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귀한 발걸음을 해주신 학부모님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오늘 이 자리는 우리 아이들이 지리산의 바위처럼 곧게 자라고세계라는 넓은 바다로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학교가 준비한 2026. 마천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설명하고이를 지원할 학부모회를 조직하여 총회 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이런 소중한 시간에 저의 교육관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저는 인권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마천초등학교 교육 자치를 실현하고자 합니다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학교 안팎의 모든 이들이 선생님이고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영향으로 성장하고 성숙하는 주인공입니다.
저는 학교 안팎의 모든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사람이 사람을 위하는 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합니다그래서 올해는 1학기 말에 한 번, 2학기 말에 한 번 총 두 번으로 마천초등학교의 교육자치를 실현하는 발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올바른 AI교육을 하겠습니다올바른 AI교육은 AI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AI를 활용하여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교육입니다그러려면 읽고 쓰기가 바탕인 문해력방대한 영어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영어 교육이 중요합니다아울러 영어는 공부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필수 언어입니다학교에서 영어를 강조할 테니 가정에서도 영어를 즐기는 환경을 만들어 주십시오예를 들면 동화나 영화를 자막 없이 보여줘 보시고 자막과 함께 보여주는 걸 반복해 보십시오.

스마트기기 노출 시간을 확 줄이십시오올해부터 학교도 교육의 목적이 아니면 스마트기기 사용을 확 줄입니다특히불을 끄고 스마트폰을 보지 않게 하여 충분한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열린 교장실 실현하겠습니다학생들학부모님들교직원에게 교장의 마음도 교장실의 문도 활짝 열겠습니다마음껏 사용해 주십시오다만 욕은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제가 교장이 될 때까지 남들보다 다양한 경험했고책도 많이 읽었고글도 썼습니다주장만 하지 않았고 말한 것 실천하려고 애썼습니다열려 있는 교장실에서 함께 성장하고 성숙하기를 소원합니다.

마천초등학교는 작은 학교가 아닌그냥 마천초등학교입니다.
학부모님마천초등학교는 이제 ‘작은 학교’라는 틀을 넘겠습니다누구나 부러워하는 이상적인 학교 모델을 실현하겠습니다.

학부모님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마천초등학교를 함께 가꾸어가며그것이 좋으면 지인들과 SNS에 널리 알려주십시오가장 신뢰성 있는 홍보는 사용자의 마음이 드러난 진정성입니다학교도 학부모님의 진정성에 어긋나지 않는 교육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천왕봉은 수천 년 동안 그 자리에 서서 우리 학교와 마을을 든든하게 지켜봐 왔습니다저 역시 그 산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우리 아이들이 지리산처럼 단단하고 맑은 물처럼 유연한 인재로 자라나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귀한 발걸음 하신 모든 가정에 지리산의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오후에 교장 발령을 축하한다며 친구들이 찾아왔다. 교육과정 설명회에 손님들을 맞이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사실은 교직원들에게 민폐일까 봐 걱정하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맞이하려 했는데, 어떻게 보였는지는 모르겠다. 다들 사정이 있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친구들이 학교를 둘러보면서 학생 안전과 관련하여 보완해야 할 것을 알려주었다. 살펴본다고 봤는데,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우리 학교 환경에 익숙해졌나 보다. 학교 근처 펜션에서 1박을 했는데, 나는 초반에 독한 술을 양껏 마시는 바람에 소파에서 일찍 잠들고 말았다. 새벽에 일어나서, 같은 방에서 잔 친구의 '교장이 되고 보니 100마디의 할 말이 있어도 10마디 말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라는 말에 공감했다.

어제저녁에 친구들과 얼큰하게 취해서 웃고 떠들 때 찜찜했던 일도 있었다. 면사무소 공무원이 학교에서 다 알고 있는 일을 카톡으로 알려왔다. 우리 학교로 전학 온 가정을 '인간극장'에서 촬영하는데, 그 가정과 충분히 소통하고 촬영팀과도 소통하고 있다. 이런 게 소통이 안 된다면 일반적인 학교라고도 할 수 없다. 그런데 마치 인간극장 촬영이 면사무소에서 애써서 성사된 것처럼, 촬영 확정을 학교에서 모르고 있는 것처럼, 그것을 아무 인사말도 없이 보냈다. 주저 없이 채팅방을 나갔다.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전화해서 욕이라도 실컷 하고 싶었는데, 취중이었지만 잘 참았다. 그리고 교감 선생님에게도 그것을 보내서, 교감 선생님이 나에게 알렸다.
하여튼 무례하기 짝이 없다. 일과 후에 바쁜 일도 아니고 학교 상황을 제대로 모르면서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 공무원의 기본자세를 떠나 상식이 없다. 그러니 면사무소의 민원인 응대에 불만이 가득하지. 내가 정신이 멀쩡할 때 같은 일이 또 일어나면 따끔하게 혼쭐을 낼 것이다. 교직원들에게도 면사무소에 말려들지 말고 당당하게 행동하라고 거듭 강조할 것이고, 여차하면 호칭 뒤에 '님'자도 빼버릴 것이다.

오늘 날씨가 흐리지만 점심 먹고 아내와 수선화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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