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리더십/질문법 & 리더십

인간입니다. 당신은?

멋지다! 김샘! 2018. 3. 25. 12:43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게 된 동기는 학교 문화를 리더십으로 바꿀 수 있다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확신에 의해서입니다.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그 이론으로 학교의 문화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해석한 후 개선의 방향성을 글로 세상에 표출했습니다.


인간은 리더십에 의해 관리되고 통제되어 성장과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 학교의 인간들도 리더십으로 포장된 언어에 의해 관리와 통제가 이루어지면 학교 문화가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독서의 영역이 확장되고 세상과 조우하는 면이 넓어지면서 인간은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인간의 성장은 본인의 자각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지 타율적인 관리와 통제에 의한 결과는 허울일 뿐이다.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아이는 교사가 관리하고 통제하는 존재가 아닌 바른 성장을 필요로 하는 인간이다. 바른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부담 없는 자극을 주는 존재가 교사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게 되었습니다.
교사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의 바른 성장을 돕는 교사가 되려면 관리하고 통제하는 지도의 방법이 아니라 교사가 어떤 일을 해야 되는 사람임을 자각하게 하여 자발성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교사의 자각은 안정된 공간에서 많은 교사들과 대화하는 것이고, 공간적 시간적 제약이 있을 때에는 세상과 조우하여 인간다운 삶을 산 사람들의 평전을 글로 만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이이든 어른이든 계급이 높든 낮든 인간적인 대우가 빠지면 자각이 일어나도 자발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믿음도 있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어떤 계급에 있든 인간입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갖춰야 할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면 자각이 자발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입니다.


주말 내내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를 많은 교사들이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다운 예의가 없는 인간에게 어떤 예의를 갖춰야 할까?


교사에서 교감으로 직이 바뀌는 시점이어서 평소와 같은 책 읽기를 하지 못하고 시간 되는 대로 백낙청 회화록 2권을 읽었습니다. 마지막 장까지 도달하는데 한 달이 걸렸습니다. 80년대 지성인들의 앎과 실천을 엿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80년대의 문학가, 철학자, 사상가의 높은 지적 수준을 많이 부족한 지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몇 번 곱씹어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찜찜한 마음만을 남겨두고 넘겼습니다.

오늘 마직막 책장(冊張) 근처에서 2권을 해설한 임형택 교수의 '인간현실에 충실한 참이론의 실천'에서 주말 내내 생각한 두 가지의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요즈음 우리 학계에서는 학문간 연구가 강조되고 전문 영역을 넘어 가로지르기를 해야 한다는 소리가 드높다. 근대적인 분과학문의 제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말 모음 역시 근대학문의 분화된 지식의 경계에 안주하지 않고 여러 학문분야의 소통할 뿐 아니라, 현실을 타개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있다.』
행복학교를 만들기 위한 순서를 너무 강조하여 1단계를 민주적 학교문화 정착, 2단계를 수업 혁신으로 구분하고 1차 연도에 민주적 학교문화 정착을 강조하고 1차 연도가 지난면 민주적 학교문화가 정착된 것으로 억지 인식을 강요합니다. 그리고는 2차 연도부터 수업혁신으로 교사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시작합니다.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관리자가 행복학교를 원하고 교사가 행복학교를 싫어하는 몇 학교의 관리자와 교사들을 직간접적으로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관리자의 행복학교는 수업혁신만을 강조하고 교사들은 민주적 학교 문화에 의해 교사의 자발성에 의한 행복학교 추진을 원했습니다.


행복학교 추진 방법을 바꾸어야 합니다. 1단계, 2단계로 구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학교 문화 가로지르기, 즉 동시에 민주적인 학교 문화, 수업혁신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추진 과정에서 민주적인 학교 문화와 배움이 즐겁고 앎과 삶이 일치하는 수업 혁신에 대한 자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이 관리자와 교사, 교사와 아이, 교사와 학부모 등의 관계에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 전제된 인간의 기본 예의가 민주적인 학교 문화의 근간이 되는 리더십입니다.


교감이 된 이후 학교의 인간들에게 화를 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교감이라는 지위에 의한 관리와 통제보다 효율을 앞세운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도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실천만 했습니다. 학교 구성원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아이들의 바른 성장과 발전을 돕는 인간들인데 하는 일만 다르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기본 예의만은 갖추자는 것입니다.
1학년 1반 아이부터 교장선생님까지 똑같은 마음으로 인간적인 기본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나를 오해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초임 교감으로 오판하여 인간적인 기본 예의를 저버리는 행위로 다가오는 이가 생깁니다.
교사일 때는 나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세 번까지는 눈을 감고 네 번부터는 인간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의미는 인간으로서의 심리적이고 형식적인 관계를 잘랐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삼았습니다.
교감이 되고 나니 이 방법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나와 그와의 일 대 일의 관계가 아닙니다.
주말 내내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봤는데 부작용이 클 것이 예상되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나는 물리적인, 심리적인 싸움도 잘하고, 말소리도 커기 때문에 나의 화난 모습을 본 이들은 많이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두려움의 존재가 아닌 인간으로 대우받기 위한 인간이 되기로 한 것입니다.
『이론은 본디 원칙에 확고할 필요가 있는 데 반해서 실천은 변화하는 현실에 잘 대응하는 것이 요령이다. '항상'과 '변통',이 상반되는 양자는 하나로 어울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항상이 없는 변통은 단명하고, 변통이 없는 항상은 퇴화하기 마련이다. 「창비」가 그사이 난관을 통과하고 급변한 세상을 경험하면서도 위축되지 않고 존재를 우뚝 세울 수 있었던 묘리는 다름 아닌 "한결같되 날로 새로운 잡지, 나날이 새로워지되 한결같은 잡지"를 꾸리겠다는 기본 방침, 그것이었다. 그리고 인간현실에 참으로 충실하면 이론이건 실천이건 과격해질 수 없다. 그가(백낙청) 자신의 입장을 최근에 '변혁적 중도주의'로 정리한 것 또한 일관되게 견지한 자신의 확인으로서의 자세와 직결된다고 본다.』


변혁적 중도주의자는 아니지만 인간현실에 충실하기 위해서 과격해지지 않기로 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기본 예의로 차분히 논리적으로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단호함은 잃지 않을 것입니다. 세 번까지 안 되어도 투명한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꾸준히 인간다운 삶을 견지할 것입니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