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0년 3월 23일

멋지다! 김샘! 2020. 3. 23. 15:37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면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되어서 소심하게 교감 일기로 남긴다.
요 근래에 내가 받은 강한 인상이다.

1. 나는 교장이 되는 방법이 다양해야 되고 교사가 되는 방법도 다양해야 열린사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방법은 공정하고 자질은 평균 이상은 되어야 다양한 제도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장공모제도에 대한 생각은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
얼마 전에 교장 자격증이 없는 내부형 공모교장 제도로 임용된 교장 단체의 코로나19에 따른 개학 연기에 잘 대응하겠다는 성명서를 접했다. 내용은 일반 교장들이 주장하고 실천하는 대책과 별 다름이 없었다. 오히려 그 성명서로 인해 다른 교장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낼 위험성이 있었다.
더 의아한 것은 개학을 한 후 교사 결원이 생기면 그 교사의 수업과 업무를 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교사 결원이 생기면 교감이 기간제 교원을 채용해야 된다. 경상남도의 경우는 각 교육지원청에서 결원 교사를 대체하기 위해 상시 채용한 기간제 교원이 있다. 나는 정말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교장이 되어서 이걸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따르는 무리들을 현학적으로 현혹하기 위해서 그런 성명서를 내었을까?
참고로 대부분의 교사는 교감이나 교장이 수업과 업무 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든지 기간제 교원을 구하는 교감이나 교장을 좋아한다. 그게 교감이나 교장의 역할이다.

2. 노조와 단체가 교육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기사와 사진을 보았다. 교육부에 힘을 보테는 것은 좋다. 일부 노조와 단체는 성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성금을 기탁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교육부의 정책에 조그마한 틈만 생기면 자기 노조나 단체에 유리하도록 보도자료와 항의를 표시하던 그들이 아닌가? 그리고 노조나 단체가 딱히 교육부의 방침에 협조할 것은 무엇인가? 국민으로서 국민을 위해 질본에서 안내하는 예방수칙 잘 따르고 학교장과 협의하여 개학 연기에 따른 학생들의 상황을 잘 점검하고 개학 시에 대비하여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뿐 아닌가? 협조하지 않겠다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을 노조나 단체가 하겠다는 말인가? 나는 노조나 단체의 전형적인 기회주의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를 이용한 힘겨루기 내지 뽐내기라는 생각이다.
조합원이나 회원을 더 늘리고 싶다면 평소에 조합원이나 회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분들이 원하는 사업을 하면 된다.
교육부 장관 옆에 서 있는 노조와 단체 대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3. 코로나19에 의한 교원들의 복무에 논란이 많다. 재택근무를 의무화한 교육청도 있고 학교장의 결단에 맞긴 교육청도 있다. 학교장은 교원 복무를 분명히 명할 수 있다. 그리고 명하는 그 복무는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이웃 학교가 그렇게 하니까? 아니면 우리 지역은 그냥 이렇게 하자는 식으로 결정하면 안 된다. 어떤 복무이든 현 상황에서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복무면 된다. 그리고 그 복무가 다른 학교와 달라서 교사들의 불만이 있으면 그렇게 결정한 배경을 확실하게 알려주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할 용기가 없어서 가짜 뉴스 비슷한 것을 만들어서 지나치게 교사를 옳아 매려는 행위는 정말 나쁘다.

4.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공문들이 많다. 그런데 학교장의 경영활동을 침해하는 것들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공문으로 상부기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그림자가 보인다. 교과서를 배부하라고 했다가 민원에 부딪히니 학부모가 원하는 경우만 그렇게 하라고 했다가 비대면을 원칙으로 해라 등으로 각 학교는 교과서 배부 계획을 세워서 학교장의 결재를 득한 후에 교과서를 배부하란다. 교직경력에 이런 공문은 처음이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통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면피용 통제를 의한 쓸데없는 행정낭비는 하지 않아야 한다그냥 진솔하게 교과서 배부에 따른 이러이러한 민원과 걱정이 앞서니 코로나19의 대응 수칙을 준수하여 학교의 사정에 맞게 학교장의 책임하에 배부하라면 될 것 아닌가?

5. 이번 
사태가 끝난 후에 각 기관에서는 심도 있는 성찰로 앞으로의 경우를 대비해 세밀한 체크리스트를 준비해 두면 좋겠다. 통제와 점검에 의한 정책만을 추진하다 보면 능동성을 상실한다. 교원을 떠나 국민으로서 자발성을 강조하는 뚜렷한 메시지와 자발성을 수월하게 유도하는 세심한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 이번과 같은 상태가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정부가 움직이기 전에 국민이 스스로 움직여야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정부의 대응에 무거운 마음으로 담백하게 꾸준히 따르자. 
그 이상이나 이하로 피곤한 사람을 더 피곤하게 하지 말자.

 

#교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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