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20

2023년 9월 4일

둘째 아들 친구가 첫 발령을 받아서 떡케이크와 무알콜 샴페인을 보내 주었다. 당연히 축하받으며 나눠 먹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나에게는 아주 고맙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는 보내 준 것은 집으로 가져간 모양이었다. 그의 엄마가 황당하여 아내에게 전화해선 요즘 아이들은 정말 희한하다며 그런 것까지 모두 배워줘야 하는 거냐고 했다. 그도 그런 행동이 약간 부끄럽고 교직원들의 눈에 비친 자기 모습을 상상하곤 걱정을 한 모양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그에게 전화해서 월요일 출근하거든 교감 선생님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면 그냥 씩 웃으며 너의 그런 모습을 귀여워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한 후배가 교감 첫 발령을 받아서 똑같은 방법으로 축하했더니 모두의 예상대로 그것들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며 고맙다고 했다...

2022년 10월 13일

보이스 피싱이 워낙 정교해서 행정기관의 일반적인 안내 문자까지 의심하게 된다. 보이스 피싱으로 의심되어 유선 전화로 확인하니 보낸 게 맞단다. 소통은 꾸준히 자기 삶을 짓는 의도된 고차원적인 행위다. 자기 삶을 지으려면 먼저 자기 생각을 말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경청하고 섞어 삶을 짓는 생각으로 조합한다. 조합된 생각이 쌓이고 쌓여 저절로 행동으로 터져 나는 게 짓는 삶이다. 많은 이가 소통의 기본을 경청이라는데, 나는 자기 생각을 먼저 말하는 게 소통의 기본이라 믿는다. 소통은 말할 용기와 경청을 위해 인내가 필요한 고난도의 정신노동이다.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022년 5월 18일

공정, 도덕, 정의, 행복, 안녕, 지혜, 선의, 선행, 선업은 이슬람의 율법이고 욕심을 덜고 양심을 더하라는 무슬림의 의무이다. 그동안 이슬람 문명에 대하여 편향된 지식과 시각을 갖고 있었다. 오해를 덜고 지혜를 나누는 소통 기술이 없으면 더 큰 오해로 갈등을 유발한다. 상대방의 뜻을 무조건 존중하는 게 소통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소통하는지가 먼저 살펴야 한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애초의 소통 목적이 부실해진다. 학교에서 그렇게 하면 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예의로서 소통의 내용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것과 비위 맞추느라 진땀 빼는 것은 아주 다르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는 학부모와 지역 인사의 비위 맞추느라 진땀 빼는 것을 소통이라 착각하고 예로서 진솔하고 대등하게 언..

2022년 4월 23일

어느 누군가를 비난하는 이야기는 빼고, 어느 누군가와 거침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기분 나쁠지는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하는 말로 어느 누군가의 감정을 통제하지 않고, 기분 나쁜 어느 누군가가 그 기분 나쁨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대화를 하고 싶었다. 진솔하게 드러낸 그 기분 나쁨이 지적 호기심이 되어, 어느 누군가에게 쏟아내어 기분 나쁘게 다가선 말들이 그가 느낀 나쁜 기분과 자각의 상쾌함으로 회유하여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서 또 어느 누군가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기분 나쁜 말을 건네고 싶었다. 기분 나쁜 말이 밝은 세상과 어두운 세상을 두루 거쳐서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설렘을 맛보고 싶어서 기분 나쁜 말을 꾸준히 뱉었다. 밝고 어두운 세상이 상대하지 않고 그것들로 겁이 나더라도 기분 나쁜 말들을 안전..

2021년 5월 20일

교직원, 교감, 교장의 직급으로 나뉘어 있지만, 대화는 평등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 교육지원청, 도 교육청으로 나뉘어 있지만, 소통은 평등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직을 관리하고 운영하기 위해서 권위와 위계질서가 필요하지만, 규범과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규범과 절차가 상급자와 상위기관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데도 우리는 습관적으로 상급자와 상위기관의 언행에 본능적으로 귀속하려 한다. 희한하게 상급자와 상위기관이 되면 습관적으로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하급자와 하위 기관에 미루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 상급자와 상위기관의 장이 바뀔 때마다, 해마다, 매번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번지르르하게 다짐하는 것을 보아왔지만, 마음의 준비 없이 여전함에 맞닥뜨리면 울화가 치밀어 옆에 ..

2021년 4월 20일

소통하러 왔으면 정성껏 들어라. 설명하러 왔으면 탄탄한 논리로 설득하라. 협조를 구하러 왔으면 자세를 낮추어라. 교원들은 온갖 방법으로 소통한다. 이 방법 저 방법 온갖 소통 방법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뾰족한 묘안을 들으려고 하소연하는 것이 아니다. 뾰족한 묘안이 없는 줄 알면서도 지치고 갑갑하여 그저 하는 한탄이다. 한탄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진정으로 소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생채기에 물 붓는 꼴이다. 진정한 소통을 주장하려면 한탄과 한숨에 긴 침묵으로 위로하는 태도부터 가져라.

2020년 7월 17일

경상남도 초등·특수·보건 교육공무원 가산점 평정규정 일부 개정 사항 알림과 2021학년도 초등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기준 개정 사항 알림 공문이 와서 공람하고 중요한 내용이라 공람된 사실을 메신저로도 알렸다. 승진과 전보와 관련된 내용이라 해당되는 교원이 처한 상황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겠다. 공문에 의거하여 전교직원이 알아야 할 내용은 교무부장님과 공유하여 일과 안내에 반영될 수 있도록 메신저로 안내했다. 학교 교육과정에 의한 일과는 교무부장님이 잘 챙겨서 안내하고 있다. 일과 안내를 통하여 학교일이 공유만 잘 되어도 상당한 수고를 덜 수 있다. 학기초에 전교직원에게 교무부장님과 잘 소통하여 부서의 교육활동이 일과 안내에 포함되도록 하고, 안내한 내용은 꼭 확인을 하자고 강조했다. 일상화가 되어야 편한데 일..

2020년 5월 22일

내 것을 지키고 내가 하는 일이 옳고 내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이런 본성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닌 자존감의 형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그래서 이런 본성을 무조건 숨기려거나 나쁘다는 전제로 대화하면 진실된 소통을 할 수 없다. 나의 입장에서 충분히 말하고 타인의 입장으로 수정될 수 있다는 이성적인 대화 의지만 있으면 본성은 문제 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매개로 한 교직원들 간의 소통이 부족하여 전입한 교사의 입장에서는 학교 문화가 생소하거나 의아스럽다. 기존 교사는 전입 교사의 궁금증들이 별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 이기적인 인간 본성을 숨기지 않되 이성적인 대화 의지로 극복하자. 전입 교사는 학교의 문화 존중하고, 기존 교사는 전입 교사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