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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찬바람 부는 날 대곡숲을 거닐며

올 가을 들어 찬바람이 제일 세게 불었다  여느 때처럼 점심을 먹고 대곡숲을 걸었다  여기저기서 갈색 솔잎이 별똥별의 비행처럼 땅으로 떨어졌다  세찬 바람에 밀쳐진 뾰족한 솔잎이 얼굴 여러 군데를 찔렀고 기적 같은 확률로 머리카락 없는 정수리에 꽂힌 솔잎에 따끔했다  소나무 아래를 거닐 때면 항상 푸름이 다한 갈색의 솔가리는 있었다  소나무도 단풍 들고 낙엽 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늘 같이 찬바람 부는 날,  사방이 단풍으로 물들어 낙엽으로 땅에 닿는 오늘에야,  솔잎이 단풍 져 낙엽 되어 내 몸을 콕콕 찌르는 오늘에야,  푸른 소나무 아래를 걷기만 했던 무심한 나를 일깨웠다  어디 항상 푸른 게 어디 있으랴  어디 변하지 않는 게 진리이기만 하겠는가?  변하다가도 변하지 않아야 하고 변하지 않다가도..

2024년 11월 12일

어제오후에  2025. 초등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기준 및 평정업무처리요령 설명회 출장을 다녀왔다. 늘 듣던 내용이라 조는 듯이 듣기만 했다. 설명회 끝에, 담당 장학사가 내년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교장을 그만두거나 교육부 임용 심사 기준이 강화되어 예상하지 못한 교장 임용 탈락자가 발생하여 초등교장 자격-기 자격 취득자와 2024년 자격 취득자 모두-을 가진 모든 교감이 2025년 3월 1일 자 임용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발령이 잘 나서 좋긴 하지만 교장마저 학교가 힘들어서 일찍 그만두는 현사태가 언제쯤 멈출지, MBC PD수첩 14309회 '아무도 그 학부모를 막을 수 없다'와 같은 일이 나에게 벌어지면 나는 어떻게 감당할지.  어떤 교감이 꾸준히 내가 주장하고 있는 인사와 평정업무를 ..

2024년 11월 11일

읽기와 쓰기 교육을 강조한다.  읽기와 쓰기를 이벤트로 접근하는 교육을 싫어한다.  이벤트로 접근한 읽기와 쓰기 교육이 읽기와 쓰기 교육을 망쳤다고 주장한다.  바른 방법으로 읽기와 쓰기를 꾸준히 가르치고 함께하는 교육이 올바른 문해력 교육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쓸 공간은 읽고 쓰는데 방해되지 않는 공간이어야 한다.  도서실과 도서관을 지나치게 다목적 공간으로 꾸미면 그 고유의 역할을 망가뜨린다. 최소한,  책 읽는 곳에는 스마트 기기를 모두 치워라.  인간은 지식을 수용하고 비판하며 인간답게 성장한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인간 문해력은  AI가 알려주는 정보의 비판적인 수용이다.  지식을 AI에게 의존할 때 인간은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AI의 의도대로 행동한다.  AI는 선과 악, 진실과 거짓..

2024년 11월 8일

눈 건강을 위해서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해야 행복해서 그것마저 하지 못하면 삶의 의미가 채워지지 않아서, 눈 건강을 염려하는 내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찾아오는 피사체의 왜곡에 가슴이 철렁할 때는 눈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최선인 두 눈에 찔끔 짜 넣은 인공눈물의 부드러운 퍼짐이 불안으로 치솟은 마음을 가라앉힌다. 반복되는 삶이다. 내 눈 건강을 걱정하며 읽고 쓰는 것을 줄이라거나 그만두어라거나 하는 사람, 눈이 안 좋다고 하면서 어떻게 꾸준히 읽고 쓰는지를 의아해하는 사람에게 충분한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쓴다. https://m.yes24.com/Goods/Detail/135971544 http://aladin.kr/p/1qxMi htt..

2024년 11월 6일

살다 보면, 평소 나답지 않게 원인 모를 인식과 인지 오작동으로-전문 용어는 '귀신에 홀렸다'- 엉뚱한 판단과 선택을 할 때가 있다. 내 경험으로는 특정한 한 가지에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되었을 때 기존의 경험과 지식이 의심을 받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하튼 그런 판단과 선택의 여파가 나에게만 미쳤으면 '아이고 내가 미쳤나 봐!'하고 끝날 일이다. 하지만 주변에 영향을 끼쳐 혼란을 자초한 걸 뒤늦게 알았으면 '순간적으로 내가 미쳤었나 봐?'라며 겸연쩍게 넘기기보다 탓할 대상과 꼬투리를 찾는다. 특히, 지위가 높으면 더 그렇다. 예전에는 이러는 사람을 몰아붙여 '네 잘못이다.'를 논리적으로 증명했다. 그러나 요즘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면 슬그머니 상대방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준다. 내가 끝까지 ..

2024년 11월 4일

교장 선생님이 '내가 이토록 교장을 갈망했던가'를 금방 다 읽었다면서, 다른 사람이 말하는 나와 실제 나와 많이 다르다면서, 금방 읽을 의도는 아니었는데 술술 읽히고 말았다고 했다. 그런 의도로 글을 썼다고 했더니, 잘 배웠다고도 했다. 교장 선생님에게 나를 말한 다른 사람은 나를 부정적으로, 고집이 세고 치우쳤고 타협을 모르는 사람이라 말했을 것이다. 그렇게 짐작할 배경을 알고 있어서다.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말하려다가 저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고 그 모든 것이 저라며 웃으며 말했다. 책을 7권 출간했다. 책마다 부끄럽고 아쉽고 뿌듯함이 엉킨다. 이전 책과 이후 책의 모순도 있고, 이전 책과 지금의 내 삶과 어긋남이 있고, 이번 책인 '내가 이토록 교장을 갈망했던가?'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

둥근잎유홍초

내가 건강을 생각하여 의무감으로 산책을 시작할 무렵에 너를 처음 보았다. 나팔꽃도 정원과 화단에 머물던 시기인지라 방둑에 진한 주황색으로 핀 너를 보았을 때 서양에서 잘못 들여온 뽑아버려야 할 잡초라고 생각했다. 몇 해 전에 학교 화단에서 너보다 작고 잎이 바늘 같은 진홍색의 꽃이 울타리를 감고 있는 것을 보았다. 유홍초라고 하더구나. 간혹 가는 지역 축제의 울타리에서도 보이더구나. 그때까지도 나는 네가 서양에서 잘못 들여온 작은 나팔꽃으로 여겨서 너보다 큰 나팔꽃과 사랑을 나누어 중간 크기, 주황과 진홍의 중간색이 나오겠거니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렇게 되지 않아서 도대체 네가 뭔지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둥근 잎유홍초이더구나. 학교 화단과 지역 축제장에서 곱게 기르던 그 유홍초이었더구나. 너도..

'내가 이토록 교장을 갈망했던가?' 출간

실천적, 문제적, 도전적 교육자로 자부하는 김상백 의 책이다.학생들을 가르치며 깨달은, 교감을 하며 교육을 통찰한,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도구적이며 기술적인 지금 교육 형태를 비판한 책이다.교육자로 성장한 과정, 교장자격 연수의 창의적인 비판, 교육자로서의 포부를 형용사와 부사를 빼고 진솔하게 드러냈다. 그러면서 진지하지 않으려고 국외교육 체험연수 기행문을 비롯한 소소한 에피소드로 꾸몄다.어떤 사람이 교장을 하는지?교장의 수준이 어떠한지?교장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교장이 교육자인지?막말로 교장이 교사의 적인지?궁금하면 읽어보기 바란다.손바닥에 착 달라붙어서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이지만 깊어진 생각으로 뿌듯할 것이다.서점에 쫙 깔렸다.너무나 쉽게 구입할..

2024년 10월 27일

하루하루 교감일기를 쓰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글을 쓰는 행위로써의 힘듦이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의 책임이 수시로 머릿속을 맴돌아 개운한 날이 거의 없다.  내일쯤이면 '내가 이토록 교장을 갈망했던가?'가 출간될 듯하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경주에서 교원노동법이해과정 연수를 받았다. 연수를 신청할 때는 대상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상자를 알리는 게시 공문을 일부러 확인하지 않고 있었는데, 대상자가 된 오랜 친구가 알려줘서 공문을 확인하고는 잠시 눈앞이 환해졌었다. 이 친구와 이틀 동안 함께 방을 쓰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틀 동안 같은 장소에서 연수를 받으면 한 숙소에서 연박은 당연하지 않은가? 숙소 지배인이 나와서 계절 탓을 하며 불가피하게 하루하루 방을 옮겨야..

2024년 10월 21일

지난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6학년과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교감이 된 첫 해는 교장 선생님이 가겠다고 했고, 전임 학교에서의 한 해는 소규모 학생의 한 학급으로 담임 선생님이 원하지 않아서 동행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는 수학여행이 취소 또는 일일 현장체험활동으로 바뀌어서 동행할 필요가 없었다.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수학여행)에 관리자 동행 규정은 없지만 지도교사의 신체적 심리적 부담 경감과 위급 상황 발생 시의 효율적인 대처, 여유 인력의 학생 보호 활동 강화의 목적으로 대부분의 학교에서 관리자가 동행하고 있다. 여기에 동의하기 때문에 동행에 주저하지 않고 나름대로 내 역할을 한다. 그 역할이 동행하는 관리자와 학교마다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서 나의 나름대로 역할과 비교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