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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 아래 겨울 바람을 맞으며 눈 쌓인 지리산 천왕봉을 보다

입김이 닿은 얼굴의 작은 물기조차 얼려버리는 유난스럽던 입춘 추위가 드디어 물러나다 보다.겨울바람 아래를 거닐다가 서쪽으로 지는 해의 따스함을 마주하니 입춘은 입춘인가 보다.  잠깐 따뜻했던 봄 햇살을 겨울바람이 훅 쓸어가면 아린 코에 봄내음이 닿는다.  콧구멍을 치켜들어 봄내음을 빨아들이는데 눈 쌓인 천왕봉이 눈에 들어와 한참을 바라본다.겨울바람이 희뿌연 먼지를 쓸어 가서 오늘은 유독 눈 쌓인 천왕봉이 선명하다.원근법을 잃어버린 아득하게 선명한 천왕봉이 입춘을 위로한다.

2025년 2월 4일

학교 교육이 무너지고 있는가?라고 내게 물으면 그렇다!라고 답할 것이다.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라고 물으면 교장을 비롯한 교원들이 학부모를 비롯한 학교 공동체와 시민단체와 노조와 교원단체의 노골적이고 이기적인 어깃장의 간섭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할 것이다.  그 시발은 무엇이었나?라고 물으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교원의 학생지도 영역이 사법의 영역으로 편입이 1차 시발이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교원의 학생지도가 아동의 심리적 학대 행위로 판결 나는 일이 잦으면서가 2차이고, 연거푸 발생한 사회 참사를 겪으며 학교 안전교육의 강화까지 좋았으나 교원이 예방과 대응할 수 없는 불의의 사고를 무조건 교원의 책임이라는..

2025년 2월 3일

헌법을 비롯한 법령 위반 여부, 폭력과 폭동과 차별과 같은 정의와 불의의 문제, 보편적 지식과 지성의 행위 판단을 여론조사 하는 건, 민주주의의 다수결의 원칙을 내세워 국론을 분열하는 행위다. 여론 조사를 할 게 있고 하면 안 되는 게 있다. 여론 조사가 사회 정의에 어긋나는 잘못된 신호를 주면 안 된다.   교원의 업무 회피로 업무가 특정 직종에 집중되면 관료화-수직과 수평적인 지위와 상관없이-가 촉진된다. 학생 교육활동에 내실을 기하고 효율성과 효능감을 높이려면 그에 딸린 업무도 함께해야 한다. 회피하면 교원의 자율성과 전문성은 떨어지고 교육관료의 입지만을 공고히 하게 된다.   교육활동과 업무를 분리하지 않아야, 때로는 제대로 분리해야 학교 민주주의와 교육력을 높일 수 있다. 업무를 하지 않아서 만..

2025년 1월 24일

시를 읽고 싶었다교과서에서 배운 시인들의 시를 읽기 시작했다그들의 시집을 무작정 사서 읽었다이해가 안 되는 난해한 시들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다빙 둘러갈까 곡괭이로 깨뜨릴까 타고 넘을까그래! 베껴 써보자첫 번째는 그냥 읽고두 번째는 베껴 쓰고세 번째는 중간중간 눈을 감으며 읽고첫 번째의 시어가 두 번째는 새롭게 다가오고 세 번째는 개안했다완전한 이해의 개안은 아니었고 베껴 쓴 보람의 으쓱함 정도그러다가 참 건방지게도시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잡념과 상념 보고 듣고 느끼고 관계의 감정을 해를 바꿔가며 적었다제법 시가 되고 시인이 되겠다는 오만의 시작어제 갑자기 신춘문예에 응모하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졌더니 대부분의 응모 기간이 12월 말이나 1월 초중순이 마감이었다 신춘이 아니고 만동문예로 바꿔야 할..

2025년 1월 22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폭동은 진보와 보수, 정의와 불의의 문제가 아닌 성인 수준에 알맞은 배움의 결여가 낳은 인간들이 인간 사회에 저지른 참사이다.  집단 폭동을 위한 주장과 주의와 이론은 세상에서 그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다. 배움에 의한-다수의 지지를 받든 그렇지 않든- 주장과 주의와 이론이 자유민주주의에 이바지하는 형태로 작용해야지, 그것들을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은 미성숙의 감정과 열정,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배움의 결여가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배움의 결여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과 올바른 지식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생각의 시간이 없었다는 뜻이다.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전 지식이 없거나 포괄적, 맥락적으로 수용할 태도가 형성되지..

2025년 1월 19일

책도 덜 보고 글도 덜 쓰며 침대 뒤로 들어오는 따뜻한 볕뉘의 느낌으로 방학생활을 하려 하다가도 어떻게 일군 독서와 글쓰기 습관인데 잠깐의 방심으로 그 습관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으로 읽던 책에 곁눈질하고 쓰다가 저장만 해 둔 글들을 이리저리 매만지기만 한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오랫동안 하고 있으며 글의 목적에 어울리는 블로그도 한다. 광고를 붙여서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내 글을 읽은 한 명에게만이라도 성장을 위한 생각거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런데 요즘은 SNS를 보기 싫다. 계정 삭제하고 활동을 중단하고 싶은 충동까지 인다. 진보와 보수 상관없이 지식인과 지성인이라는 분들의 언어가 너무 험하다. 사람을 애먼 동물에 비유하며 사람은 물..

좋을 때다, 무슨 걱정이 있을까.

나의 초등학교 시절은 1970년대 말과 80년대 초였다오전 수업을 마친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에는 어김없이동네 골목에 모여 깡통차기와 숨바꼭질 놀이를 했다온 동네의 장독대와 헛간 외양간 뒷간 집과 맞닿은 대나무밭을 누비다가 심지어 어떤 아이는동네 뒷산의 양지바른 무덤 뒤에 숨고는 잠들어버리기도 했다해가 저물며 앞산이 어둑해지고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면 이 집 저 집에서 같이 놀던 친구와 동생들의 이름을 불러대며저녁 먹으러 오라 했다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며 숙제는 다했는지 엊그제 본 시험지를 부모님께 보여주었는지 학교에 낼 돈 얘기를 했는지를 걱정했다 그런 우릴 보고 어른들은좋을 때다 무슨 걱정이 있을까그런 소릴 들은 우리는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어른들은 무슨 걱정이 있을까로 속삭이듯 받아쳤다1990년대 말과..

2025년 1월 11일

123 비상계엄영 사태가 나기 전에 교육부장관은 의대 증원 논의는 없다고 했다.  기자가 의대 교수 부족 문제를 묻자 교육부장관은 의사면 누구나 의대 교수를 바라기 때문에 언제든지 충원할 수 있다며 교원의 가르치는 전문성까지 폄훼했다.  123 비상계엄령이라는 난국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교육부장관)는 물리적인, 정치적인 중립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한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령으로 대통령과 옹호 세력이 힘을 잃자 '용산은 빠지라며'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협의할 수 있으니 학생과 전공의 의대 교수는 원래의 자리로 복귀하라고 한다. 마치 대통령 뜻을 거스르는 결기라도 있는 것처럼.  그동안 모든 국민과 전문가들이 의대 정원 증원만으로는 우리..

2025년 1월 10일

어제 2024학년도 종업식과 졸업식을 했다. 조퇴를 내고 겨울방학을 먼저 맞이하는 선생님들과 의례적인 인사를 주고받기 싫어서 조퇴를 내고 좀 일찍 퇴근해서 몇 시간을 OTT로 때웠다. 늘 했던 일상과 멀리하고 싶어서 OTT에만 집중하려 했는데, 겨울방학을 앞두고 새 학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맞은 작은 돌멩이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남들 하는 정도, 교원이면 당연히 해야 하는 정도, 양도 많지 않았고 질도 그다지 낫지 않았는데, 왜 그걸 남들보다 많이 했고 교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마치 하면 안 되는 일을 엄청나게 한 것처럼 포장해서는 동료 교원의 어깨를 무겁게 하려는지. 그걸 안 들어주면 스스로를 폄훼하며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지.  긴 세월, 학생과 함께하려 학교 안의 아주 작은 공..

2025년 1월 4일

경상남도교육청의 AIDT 2025학년도 의무 도입 유예와 시범학교 운영 결과로 향후 도입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결정을 아주 환영한다. 그리고 시범학교 운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전의 시범학교처럼 '무조건 좋다'는 결론은 지양해야 한다. 양적, 질적 평가 모두 정성과 정량의 과학적 방법과 결과로 과학적인 결론을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전의 시범학교에서는 결과를 정해놓은 양적, 질적 평가로 감성의 언어로 결론지어서 그 가치를 자발적으로 상쇄했다. AIDT 시범학교도 이런 교육기관의 연구 습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AIDT 전면 도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스스로 내란수괴가 되어 그 직이 정지되고, 교육감협의회에서 AIDT 202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