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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8일

오늘 하루는 책을 읽지 않고 수선화가 피었다는 곳을 찾아 아내와 가볍게 걸은 후에 저녁에는 집 가까운 중국집에서 해물짬뽕에 연태고량주를 한잔한 후에 영화 한 편 보고 잘 계획이다 아내는 수시로 변하는 내 마음을 믿지 못하는지 부엌에서 깨를 볶다가도 청소하는 나에게 갈 거냐고 눈짓하고 어머니 목욕을 시키다가도 커피를 내리는 나 보고 마음이 변하지 않았는지 눈짓한다 커피를 마시며 요즘 꽂혀 있는 OTT를 보는데 자꾸 책을 읽지 않았다는 초조함으로 불안하여 이럴 바에야 책을 그냥 읽자고 하다가도 오늘은 안 보기로 했으니 그냥 불안해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나란 존재의 의미 인간 존재의 의미를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대단한 철학자가 된 듯하다는 착각에서 빠져나오려고 피식 웃는다 오랫동안 내 이야기를 들으려는 주변 사..

2025년 3월 7일

교사들이 많이 바뀌어서 학교 분위기가 달라졌다. 바뀐 분위기가 학생들의 성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제는 민원, 학교폭력, 교육활동 침해 행위 자체에 교직원이 쫄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호와 선의에 기대기보다 의연과 결기의 단단한 마음으로 원칙으로 해결하는 학교 문화 만들기에 노력할 것이다. 조금 편리하려고 상대방의 선의에 기대어 원칙을 무너뜨리면 무너진 원칙은 반드시 감내해야 할 책임으로 돌아온다.  어렵고 위험한 일을 피하려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리고 어렵고 위험한 일을 지혜롭게 극복한 것 또한 인간의 문화유산이다. 나는 교직원이 자꾸 회피하며 유약해지지 말자고 주위에 당부한다. 우리가 숨을 곳이 어디 있으며 숨는다고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예전에는 학년 초에 업무보..

2025년 3월 4일

눈을 자주 볼 수 없는, 아니 희귀한 우리 지역에서는 눈을 보는 것이 축복이다. 그래서 간혹 눈이 날리는 수업 시간이면 학생들이 환호성을 터트린다. 오늘 개학식과 입학식에 쌓이지 않은 눈이 왔다. 교가에 나오는 학교 앞산인 이구산 정상 주위에 하얗게 쌓인 눈이 퇴근 무렵까지 그대로였다.  개학식 겸 입학식의 담임교사 소개에 앞서, 귀한 자녀가 입학하는 날에 우리에게 귀한 눈이 내렸고 더 다행스럽게도 도로에 쌓이지 않아서 귀한 자녀가 우리 학교에 무난하게 입학하게 되어서 기쁘다고 하며, 귀한 자녀를 가르칠 귀한 선생님을 소개하겠다고 한 후 병설유치원 두 분 선생님과 초등학교 1학년 한 분 선생님을 소개했다. 다른 학년의 선생님들은 소개하지 않았다. 작년에도 그랬다. 추후 교육과정 학부모 설명회에서도 자녀의..

2025년 2월 21일

학년 말을 마무리 하면서 새 학년을 맞이하며 빠뜨리면 안 되는 일을 마무리했다. 교감 경력 증가만큼 업무 숙련도와 효능감이 높아져야 하는데 거꾸로 막연한 걱정만 늘 앞선다.  예기치 않게 교사가 많이 바뀌었고, 2학급이 줄어들어서-당분간 연차적으로 1학급이 줄어들어서 걱정이지만 늘봄학교 전용교실이 하나 더 생겨서 3실이 되었고,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공간이 하나 생겨서 좋다.  그동안 책을 출간하며, 가까운 사람이 내 책을 사야 될 것 같은 부담을 갖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간혹 어떤 이가 저자 사인을 받으려 오면 내 마음의 미안함을 먼저 전했다. 한편으론 읽은 내용으로 학교 현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가 일었지만 그럴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요 근래에 내 책의 한 ..

2025년 2월 18일

학생은 부모가 세금을 지불하고 교육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공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학습자이다.  교원은 학부모 개인에게 고용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정해진 법령으로 학생을 가르치도록 국가에서 고용한 공무원이다.  학부모가 교원에게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으니 내 말대로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면 똑 부러지게 말하라. 학부모가 나를 고용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정해진 법령대로 학생을 가르치라고 그런 자격이 있는 나를 고용했다고.  법령이 궁금하면 교육기본법 제13조(보호자), 초·중등교육법 제18조(보호자의 의무 등), 제20조(교직원의 임무), 제20조 2(학교의 장 및 교원의 학생생활지도)를 찾아보라고 차분하게 알려주시라.

2025년 2월 17일

고 김하늘 양의 명복을 빕니다.  일명 '하늘이법' 제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금껏 언론과 SNS 등으로 알게 된 '하늘이법' 제정의 논란에 내 생각을 더한다.1. 현직 교직원이라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모른다. 학교를 조금 안다고 해서 함부로 넘겨짚어서 사실을 오염시키지 마라.2. 학교 사고와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교직원이, 나와 다른 직종의 교직원이라고 하여 SNS 등에 폄훼하거나 조롱하지 마라. 교직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정말 부끄러운 짓이다.3. 두루뭉술한 상관관계가 아닌 직접적인 인관 관계로 비평하고 인터뷰하시라. 교원단체와 각종 교사 노조와 간부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일상의 학교 문제와 모순에서 원인을 찾는 비평이나 인터뷰하지 마시라. 사건의 본질만을 흐린다.4..

봄 햇살 아래 겨울 바람을 맞으며 눈 쌓인 지리산 천왕봉을 보다

입김이 닿은 얼굴의 작은 물기조차 얼려버리는 유난스럽던 입춘 추위가 드디어 물러나다 보다.겨울바람 아래를 거닐다가 서쪽으로 지는 해의 따스함을 마주하니 입춘은 입춘인가 보다.  잠깐 따뜻했던 봄 햇살을 겨울바람이 훅 쓸어가면 아린 코에 봄내음이 닿는다.  콧구멍을 치켜들어 봄내음을 빨아들이는데 눈 쌓인 천왕봉이 눈에 들어와 한참을 바라본다.겨울바람이 희뿌연 먼지를 쓸어 가서 오늘은 유독 눈 쌓인 천왕봉이 선명하다.원근법을 잃어버린 아득하게 선명한 천왕봉이 입춘을 위로한다.